화가 최정미를 만나다.

개인사를 통해 사회사를 들여다 보고자 하는 기획으로 ‘열망하는 개인’을 주제로 삼고 그녀가 그린 그림을 넘어서는 화가 최정미를 이해해 볼 수 있었다. 30여년 넘게 화가로서 또 순수 예술가로서 살아온 삶을 통한 내적 태도가 궁금했고 이를 통해 그녀의 그림에 대한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태도는 영어로 ‘in a spirit’을 의미한다. 이는 영혼에 담겨져 있는 것을 뜻 하는데 삶 으로서 표현되는 다양한 태도들이 삶을 지탱하는 영혼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빛은 어디에나 있다_46x53cm_Oil on canvas_2015-2019]

| 빛으로서 회화 |

Q. 이력을 보면 성신여자대학교를 졸업 하시고 프랑스로 건너가셨는데, 프랑스에서 접하신 작업 방식과 교육방식과 차이점이나 배우는 것에 계기 같은 것에 차이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제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면서 프랑스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화가가 되고 싶은데, 4년제 미술대학을 졸업했는데도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내 그림을 그리지만 화가로서 내 자신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계기가 있었는데, 10살 때쯤 인상주의 작가들에 대한 도록을 봤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우리나라 작가들과는 다르게 밝은 색이 많았어요. 맑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제게는 새로운 느낌이었죠.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유화를 작업하는 작가들의 채색이 되게 탁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교수님들의 각자 작업은 너무 다 다르신데, 본인의 것을 강요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프랑스로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 한 교수님이 재료도 강요를 했고, 스타일도 강요를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 수업을 할 때는 안 들어가거나 끝나갈 때 들어가서 제가 원하는 작업을 하고 나오고는 했고, 그렇게 졸업 전을 끝냈어요. 그리고 여러 나라들이 많지만 근대 회화의 중심이 프랑스라고 생각을 했고, 서양화를 전공한 저로서는 프랑스가 유명한 미술관도 많고 얻을 수 있는 게 많을 거 같아 유학을 가게 된 것이죠.

Q. 근대적(Modernism)인 측면에서는 프랑스가 맞긴 한 거 같아요

인상주의가 좋았고 그 중에서 고흐의 색이 좋았어요. 그 당시 저는 고흐가 프랑스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일반 서점에서는 서양미술 도록을 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수입한 책을 미대를 돌면서 판매하는 분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사서 봤는데 저는 파리작가들처럼 색이 밝고, 빛은 환하고 그런 그림을 좋아했던 거 같아요. 고흐 때문에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서양미술의 역사도 깊고.. 지금도 프랑스 유학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빛에 대해서 말씀 하시는거죠?

네 빛이나 색 애 대해서, 왜냐하면 우리나라 1940년~1950년 그 시대의 유화 작품 한 작가들을 보면 작업은 되게 명도도 떨어지고, 채도도 떨어지고 되게 탁 해요, 그런데 그 이유를 프랑스 가서 알았어요. 유화 물감은 어떻게 색을 쓰는가에 따라서 물색이 올라오고, 안 올라오고 하면서 탁해 질 수 있고, 왜냐하면 유화 물감이 원료와 기름이랑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색마다 마르는 시간이 달라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서 서양미술이 들어 왔잖아요. 그래서 그때 쓰던 재료를 방법을 모르고 그냥 쓰면 나중에 그 색들이 다 올라와서 회색 기운을 띄는거죠. 저는 제가 원하는 색을 바로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썼던 유화 물감은 프랑스 재료들이 제일 좋았고 해서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 측면이 컷 던 거 같아요.

Q. 선생님 작업은 그래서 구현하는데 있어서 재료적 측면이 큰거네요?

네 컸어요, 그리고 강요하지 않을 것 같은 거? 프랑스를 가서 바로 미대를 들어간 것은 아니고요 불어를 배워야 하니깐 어학 2년 정도 하고, 미대를 들어가기 전에 학위를 따려는 것은 아닌데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미대에 들어가면 쓰는 언어가 불어니깐 좀 배우고 들어가면 하는거라서, 프랑스에 있는, 자연과학대에서 서양미술사 학사를 수료를 했어요. 거기에서 졸업을 못한 것은 너무 너무 언어적으로 힘들어서, 그래도 그 공부를 하고, 미대를 들어가서 다시 시작하니깐, 서양미술사에서 재료 쓰는 방법 등 그런 것들을 처음부터 제대로 해서 도움이 많이 됬어요.

[파란 부루스_117x117 cm_Oil on canvas_2016-2019]

Q. 선생님 작업은 유화인데도 수채화처럼 아주 얇게 계속해서 입히시는 거잖아요?

네, 그거를 하고 싶어서 간 거예요 사실, 지금도 약간 한국 미대는 비슷한데, 1,2학년에 구상수업을 많이 했어요.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같은.. 그런데 3학년쯤 되면 갑자기 반 추상같은 작업을 해야 됐어요, 이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2학년 때 윤동천 교수님이라고, 지금 서울대 교수님이신데, 미국에서 유학을 하셨던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 교수님이 처음 설치 미술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때만 해도 서양화과를 다니던 학생들은 미치듯이 그림만 그리던 시대였는데, 왜냐하면 세계적인 작가들 다루는 미술 서적이 많지는 않으니까, 우리는 그냥 열심히 그리면 뭔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도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 역시 그림 그리는 데만 빠져있었던 거죠. 그래서 3학년 때 반 추상 작업을 하고 4학년이 되니까 추상작업을 하라시는데 그 때 저는 색이 주제가 되는 뭔가를 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어떤 그림을 그려도 파스텔 색조의 그림이 됐었고,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처음과는 다르게 색이 자꾸 탁해지는데 그 이유를 몰랐어요. 왜냐하면 그때 미대에서 교수님들이 재료적인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셔서 유화는 원래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했었죠, 지금은 재료학 수업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저희 때만해도 유화로 그려라 그러면 그게 그냥 끝이었어요, 각자 파렛트와 유화물감을 사고 본 건 있었으니까 파렛트에 물감을 듬뿍 짜놓고 그렇게 유화작업을 시작했었어요. 재료의 특성 같은 것은 생각도 안 해본 거죠. 그런데 물감이 마르는데 한 달도 걸리고 세 달도 걸리는데, 그런 것을 모르는 체로 계속 물감을 덧칠하니까 색은 계속 탁해지는데 나는 탁한 색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물감을 두껍게 짜서 그 위에 얹는 식으로 해결했었던 거 같아요.

Q. 저한테 주신 내용이 about color 인데, 그 color 라고 하는 것이 색의 color도 있지만, 어떤 자기 개성, 자기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 깊이 빠질수 있는 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로 모양보다는 색을 선택을 계속해서 해오셨던 거네요 ?

저는 자연을 보고 감동하는 순간들이 많아요. 나무를 보고 감동하고, 하늘을 보고 감동하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나무의 색에 감동하고, 변화하는 하늘의 색에 감동하고. 이런 느낌들이 그때, 그때 제 머리 속에 들어가 있는 거 같아요, 원래 프랑스에서 학교 다닐 때에도 그렸던 그림은 거의 추상화였어요. 자연에서 보이는 색은 빛에 의해 존재하잖아요. 저는 그 빛을 통해 색이 드러나는 작업을 했어요. 흰색을 계속 중첩시켜서, 색 위에 빛이 드러나게.. 그런데 귀국했을 당시에는 아직 추상화가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던 시기라 색과 면으로만 되어 있던 제 작업에 형태를 조금만 넣어서 산의 느낌이 약간 나게, 나무 느낌이 살짝 나게 그려본 작업들이 있었는데 그런 작업을 함께 전시하면 사람들이 더 잘 알아보고 그림을 많이 사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색 작업을 하는 거여서 작업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그렇게 작업을 좀 해왔었어요. 그런데 이번 개인전 주제인 'About Colors' 에서는 원래 하던대로 제가 좋아하는 자연의 색과 빛만으로 작업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작업은 두 가지 방법인데 하나는 진한 색을 중첩시킨 다음에 시간 지나면 그 위에 흰색을 계속 얹어서 빛의 느낌을 얻는 방법, 그리고 하나는 흰색만 3개월 정도 작업한 캔버스 위에 다양한 색을 계속 얇게 얹어주는 두 가지였어요. 그런데 이번 개인전 ‘About Colors'에서는 색을 많이 중첩시킨 캔버스 위에 흰색을 계속 마르는 시간을 기다리며 반복해서 덧칠한 후 그 위에 다시 원색을 얹어 준? 그런 작업들이 많아요. 예전 보다 색을 더 과감하게 써서 중첩된 색들이 어우러지는 맛을 보고 싶었다고 하면 될까요? 어쨌든 이번 작업은 색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면 맞을 거 같아요.

Q. 캔버스를 반으로 잘라보면 시간의 지층들이 보이지 않나요?

안 나와요, 왜냐하면 제가 너무 얇게 중첩시키는 작업을 해서... 만약에 제가 두께를 줬으면, 아까 수채화 같다고 하셨던... 그걸 제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화하면 두께를 이야기 하고, 터치를 이야기 하고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도 좋은데, 제가 프랑스에서 좋았던 기억은 재료가 무엇인지를 내가 알 수 있게, 예를 들어 아크릴은 안료하고 오공투명본드를 섞어서 만들고, 유화물감은 안료와 기름을 섞어서 만들고, 아라비아 검과 안료를 섞어서 수채화 만들고... 이런 식의 것들을 기본으로 배우고, 아교를 녹여서 중탕을 하고, 아사 위에 칠하고 말리고 반복해서 캔버스 천을 만들고 그 위에 흰색을 바르고, 제소를 바르고, 아크릴 바르고 하는 것들을 배웠거든요.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다 배울 수 있지만 그 당시 제게는 참 중요한 수업들이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유화작품은 두껍거나 터치가 없어도 유화로만 그리면 유화작품이라는 것도요. 제 그림이 유화지만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참, 제 작업은 최대한 얇게 덧칠을 해나간 작업이어서 잘라도 지층들이 보이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또 모르죠 얇은 색의 층들이 보일 수도 있을지...

[2부 태도로서의 예술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