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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이자 그림 그리는 작가 강소영의 인터뷰|

Q.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를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 Bon voyage! » 우리말로 « 좋은 여행 해! »입니다. 저는 삶이란 우연히 오게 되었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여행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여행 속에서 우리는 떠나기도 남겨지기도 하지요. 인생도 하나의 큰 여행과 같아서 우연히 만나 추억을 쌓고 떠나보내고 결국은 떠나야 하는 것이기에 인생 전체, 곧 삶과 죽음이 하나의 큰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은 여행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제목 Bon voyage를 불어 단어로 쓴 이유는 제가 현재 사는 곳의 언어이고 제가 무척 좋아하는 불어 표현이기도 합니다.

Q. 존재를 구름으로 표현하고 둥실둥실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존재를 가볍게 표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등장하는 몽실몽실한 녀석들은 하나의 구름 덩어리 같은 존재예요. 바람 속에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고 꽃들과 두둥실 떠다니는 존재로 표현하였습니다. 구름이란 물방울이 모여서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인데요, 솜사탕 같지만 사실 고체 덩어리처럼 손에 만져지는 실체는 아니지요. 공기 중에 둥둥 떠 있고 멀고도 가까운 곳에 구름은 존재하지요. 저의 Bon voyage 이야기 속 존재들을 통해 구름과 같이 실제로 만져지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존재하고 있는 그런 속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몽실몽실하고 따스한 것들을 그리면서 마음속 한편의 슬픔을 비워내고 따듯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느껴요. 이 행복감이 저의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Q. 주신 글의 내용에서는 존재가 본질보다는 실존적인 가치가 중요한 것으로 이해 되는데요. 실존적 측면에서 구름의 형상과 삶의 여정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줄 수있을까요?

그림 작업에 있어서 현재 저는 그때그때 나의 감정을 표현해 나가는 순간적인 표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한 감정의 표출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초반부터 본질과 실존적인 가치에 대해 뚜렷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은연중에 담겨 있을 뿐이지요. 구름은 우리가 숨을 쉬는 공기 중에 존재합니다.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지만 멈춰 있지는 않지요. 결국은 흘러가고 사라져야 하지만, 구름이 다시 대기 속에 흩어져 다시 스며들듯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결국은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고, 그렇기에 그것이 내 곁에 존재할 때 감사하고 그 순간을 만끽하고자 하는 저의 마음을 몽실몽실한 존재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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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밝은 그림의 모습 이면에 있는 함의들이 있을까요? 삶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하는 데에 의미가 있는 그림이지만, 반면에 관통하는 삶에 관한 생각에대해서 적확한 표현을 하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조금은 어린 나이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면서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을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 슬프고 힘든 과정 »이라고 생각하는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시간이 흘러 그 자체를 인생의 일부분으로서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이 오기도 했어요.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아픔은 있고,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비록 수많은 헤어짐, 슬픔, 역경 등이 있는 삶일지라도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인생 人生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림 작업을 통해 가족, 친구, 연인 혹은 반려동물일 수도 있는 떠나간 그들의 여행이 아주 편안하고 부드럽기를, 좋은 향기가 가득한 그런 곳에서 따듯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았어요.

Q. 꽃들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자연의 일부인 꽃들은 하나하나 아름답고, 촉각적으로 부드러워요. 또 그들이 담고 있는 향기가 참 좋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런 부드럽고 좋은 향이 가득한 공간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듯해져요. 등장하는 꽃들은 상상의 꽃들도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말을 지닌 꽃들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란 별 수선 꽃은 « 빛을 찾다 » 라스피는 « 자유 » 뚜껑별꽃은 « 추억 »을 낙엽송은 «용기 »을 의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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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일 파스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오일 파스텔은 제가 주로 써왔던 색연필에 비해 굉장히 기름진 질감인데요, 그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을 이용한 표현이 무척 흥미로워요. 또한 재료가 가지고 있는 두께감을 이용해 다양한 질감과 색의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일 파스텔은 색의 표현이 선명한 편이고 다른 색들이 섞여 나가는 과정이 무척 아름다워요. 그러한 매력에 빠져 오일 파스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정식으로 배워 본 적은 없어서 제가 쓰는 방식이, 예를 들어 손가락을 많이 이용해서 그러데이션이나 부드러운 느낌을 표현하는 것 등, 이 재료에 가장 적합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 표현해 보고 있어요. 아주 세세한 부분은, 예를 들어 작은 눈이나 입의 표현 등은, 검정 색연필을 이용합니다.

Q.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란?

저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명상과 같은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현재로서는 가장 먼저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따듯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저의 그림을 보는 사람도 그 따듯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나를 위한 그림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아주 멋진 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